샐러드 공장에 다니는 6개월 동안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진 않았다.
워홀 짬이 좀 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닭공장을 다닐 때처럼 아무것도 몰라서 우왕좌왕 하고 이런저런 해프닝이 일어났던 것에 비하면
샐러드 공장에서는 그 흔한 화재 경보 같은 것도 없었고
주5일을 넘어 꾸준히 주6일 근무를 해왔다.
(토요일 근무를 다들 기피하는 덕분에 내가 연달아 주6일 근무를 했다.)
그렇게 일하다보니 돈도 모이고 있었지만 내 비자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내 세컨비자 막바지 쯤 써드 비자가 나오긴 했지만, 슬프게도 그 시기가 맞지 않아
써드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못했고, 그렇게 워킹홀리데이를 끝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 때쯤 나는 생각했다.
이제는 돈도 어느정도 모였겠다, 다음 플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계획했던 대로 유학을 하고 영주권을 취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담받은 대로 간호 유학을 할지 말지는 고민이 좀 되었다.
왜냐하면, 돈을 버느라 영어시험을 볼 시간도 없었고 공부는 더더욱 못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지쳐서 쓰러졌었으니까......
그래서 간호 유학을 위한 IELTS 아이엘츠 오버롤 7 이치 7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목표였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든 생각이,
"왜 간호 유학을 하지? 내 전공도 아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닐 것 같은데"
사실, 호주 오기 직전, 한국에서 모 대학병원에서 잠깐 근무한 적이 있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아니고 그 보조 역할도 하면서 전산만 봐준달까? 그런 임시직/계약직이었는데,
환자 응대, 의사/교수님 모시기 등 이런 일들은 나랑 전혀 어울리지도 않았고 내가 잘 하지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태움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적이 있어서 더더욱 그 일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전공이 아까운데, 내가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내 전공을 최대한 살려보자"
사실 내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대학시절, 공부가 너무 어렵고 따분해서 대강대강 공부하고 대강대강 졸업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완전히 그 분야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관련된 분야로 공부하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렇게 정해진 전공이 IT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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