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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생활기

호주생활기 #48 비영주권자의 설움

by Lucia_Lee 2023. 8. 1.

앞서 생활기에 썼듯,

호주는 락다운을 선언했고 모든 주가 봉쇄되며, 집밖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제일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고,

한국인들처럼 평소 세이빙을 해서 돈을 모으고 하는 습관과는 거리가 먼....

한 주 벌어서 한 주 펑펑 다 쓰고 마는 습관과 가까운 호주 사람들은 당장 생계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호주는 노동관련 법률이나 제도가 무척 잘 되어있는 편이다.

한국처럼 실업급여 같은 제도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센터링크로 몰려들고 있었다.

*센터링크는 호주 정부기관으로써 실업자, 퇴직자, 그 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원금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호주 연방정부에서는 이들을 구제하고자, 잡시커와 잡키퍼 를 나누어 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잡시커 는 Job Seeker, 구직자 이고 잡키퍼는 Job Keeper, 고용주를 의미한다.

실직을 당한 구직자들은 잡시커로써 주에 750불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직원들을 해고해야했던 고용주들은 잡키퍼로써 정부지원금을 받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계속 유지시키게끔 만드는 정책이었다.

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책과 너무나도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국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실직이나 코로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했는데

이들에게 이런 지원금을 주었나? 문득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온누리상품권 같은 지역화폐를 제공하기도 했고, 중소상인들에게 지원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같은 일반 알바생? 혹은 구직자들은?

새삼 호주의 국가능력?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이 잡시커 잡키퍼의 혜택은 영주권자 이상만 지원가능했다.

나같은 외국인, 비영주권자는 해당사항이 없단 말씀.

왜...왜죠?!?! ㅠㅠㅠㅠㅠㅠ

난 비록 영주권자는 아니지만..... 워홀때부터 열심히 노동해서 세금도 내고 비싼 학비도 내고,

다들 휴학하거나 자퇴하고 귀국하는데도 난 여기 남아서 이렇게 있는데...... 왜.....

순간 서러웠다.

나 뿐만 아니고 많은 유학생들이 이 설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귀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다시는 호주로 돌아오지 않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고...

그렇게 비영주권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비록 필수인력은 아니지만 밖에서 노동을 하기도 했고,

코로나에 감염이 되는 일이 있어도 쉬쉬하며 몰래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 몰래 캐쉬잡으로 일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했고 결국 코로나가 퍼져 나중에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니까....비영주권자들도 도와줬으면...이런일 없었을거 아니야!!

결국 호주 연방정부에서는 워킹홀리데이와 학생비자 홀더들은 자신이 가진 연금, 수퍼 애뉴에이션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허락해주었고, 나는 미리 워홀을 했었으니 연금이 제법 쌓여있었어서

제법 쏠쏠하게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정부에서는 나름대로 일회성이긴 하지만 유학생들에게 500불씩 일시금 지원을 했고,

플린더스 대학교에서는 기금을 마련하여 2000불씩, 학생회측에서 500불씩 지원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적십자에서도 소액이지만 대략 200불씩 지원을 해주었다.

이렇게 지원을 받고나니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호주인들처럼 일을 하지 않고도 따박따박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청소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고 그게 나에게는 유일한 수입원이 되어

조금씩 내 생활이 풀리고 있었다.

또한, 학교 수업도 학교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쉽게 공부하게 되다보니 학교 성적도 지난 학기에 비해 올랐다.

High Distinction 2개 Distinction 2개

지난번엔 HD 가 1개 였는데 이번엔 2개가 된 것 ㅎㅎㅎㅎ

참...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