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야근하고 주말엔 공연보러 다니고 너무 무리를 했는지
온몸이 결려서 몸살마냥 아프고 기운이 안나서 진통제를 먹었다.
원래 감기약 등 상비약을 항상 구비해놓고 있는 나 이지만
생각보다 먹을 일이 없고 항상 약의 유통기한을 넘기기 일쑤여서 잘 안사두게 되었는데..
한창 팬더믹일 때가 문제였다.
온통 사람들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사재기를 했고
감기약을 포함한 모든 약들도 사재기를 하는 통에 그 흔한 호주의 만병 통치약, 파나돌 마저도 구하기 힘들었다.
나는 주로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곤 하는데
코스트코에서는 약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의 멤버쉽 당 하나 또는 두개 정도만 살 수 있게 제한을 걸어버렸고
그 덕에 몇개 사둘 수 있었다.
하지만 락다운이라는 강도높은 방역 때문인지 생각보다 코비드에 노출될 일은 없었고
주변 지인들 또한 아픈 사람이 없었기에 마스크도 없이 생활하고 약을 사뒀지만 먹을 일도 없었다.
그 흔한 감기 조차 안걸렸기 때문.
그런데........
오미크론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턴 상황이 달라졌었다.
오미크론은 치명성은 약했지만 엄청난 전파력을 자랑했기에 그 시기에 너도나도 코비드에 걸리기 시작했고
나 또한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르게 감염이 되었다.
당시 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는 중이었기에 일하랴 이사하랴 청소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어서 그냥 너무 피로해서 몸이 아픈가보다 했었다.
무엇보다도 코비드의 대표 증상인 고열 은 없었기 때문에 코비드라고 상상조차 못했었다.
나는 그 때 작은 한인 무역회사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몸이 너무 아프고 피로해 하루 쉬고 싶다고 했더니 사장이 출근해달라고 압박을 넣었고
나는 그 압박에 못이겨 출근을 하게 되었다.
막상 회사에 출근하고 기침을 콜록콜록 하는 나를 보면서 사장이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사내에 쟁여놓았던 코비드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를 해보라고 했고
이내 아주 연하지만 그래도 두 줄을 확인했기에 그걸 핑계로 바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차가 있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드라이브 스루 PCR 검사소에서 검사를 기다렸고
간단히 검사를 받고 집에 가서 결과를 기다렸었다.
(사실 이게 처음은 아니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일이 잦았고 PCR 검사를 여러번 받았었다.
어쨌든, 면봉으로 코 깊숙히 찌른다고 하여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생각보다 깊게 안찔러서 그냥 음? 하고 나왔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집안에 있어야했고 완전히 네거티브가 뜨기 전까지는
외출을 자제해야한다고 들었기에 나는 집안에 꼼짝않고 있었다.
결과는....?
Positive
양성이었다.
과연 코비드는 지금까지 걸린 감기몸살보다 훨씬 더 목이 아프고 감기약을 먹어도 약이 잘 안듣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약이라고는 호주의 만병통치약 파나돌 밖에 없었고 병원조차 갈 수 없었기에
그저 파나돌만 먹으면서 집안에 지냈다.
그리고 그 때는 코비드에 감염되면 일주일을 자가격리를 해야했다.
(사실 2주에서 1주로 줄어든 것이다. 현재는 강제 자가격리는 하지 않는다. 본인의 선택껏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연락했고 격리를 해야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반응이었다.
문제는.....
보통의 회사는 아플 때 쓰는 Sick leave 를 제공한다.
이럴 때 써야 하는 절실한 리브인데 우리의 한인 무역회사는 그걸 제공하지 않았다.
연차인 애뉴얼리브만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도 이미 다 소진하여 없었던 상황.
나는 꼼짝 않고 돈을 못벌고 집에 갇혀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솟구쳤다.
그런데 호주는 역시 호주.
복지 차원에서 코비드 격리 지원금 (1주에 750불) 이 있었고
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나 처럼 회사에서 별도의 리브를 못받는다거나
애초에 리브가 아예 없는 캐쥬얼 등 이런 사람들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새로 생긴 조항이었는데, 통장에 만불 이상 있으면 지원해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음.....
난 가난하니까.....
그땐 정말 가난했으니까
당당하게 지원을 했고 몇가지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고는 바로 계좌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나 대신 장을 봐주는 등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을 집 안에서 편히 쉬고 집 뒷마당에 나가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모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나는 여기서 코비드 예방 백신, 화이자를 접종했다.
무려 세번이나.
그리고 코비드에 걸렸을 때는 3차 접종을 받은지 불과 며칠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백신을 왜 맞은거야!!!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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